Korean J Fam Pract 2022; 12(4): 212-216  https://doi.org/10.21215/kjfp.2022.12.4.212
Restriction on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Antidepressant Prescription and Effort to Improve
Seung Bong Hong*
Department of Neurology, Samsung Medical Center, Sungkyunkwa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Korea
President, Korean Society of Depression and Suicide Prevention
President, Korean Society of Depression and Behavioral Neurology
Seung Bong Hong
Tel: +82-2-3410-3599, Fax: +82-2-3410-2759
E-mail: sbhong@skku.edu
ORCID: https://orcid.org/0000-0002-8933-5709
Received: September 4, 2022; Accepted: September 5, 2022; Published online: September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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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우울증 치료는 1990년을 전후로 극명하게 달라진다. 1990년 전에는 삼환계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 TCA)만 처방할 수 있었는데 TCA는 세로토닌 수용체에 선택적 작용이 매우 약해서 항우울효과를 나타내기 위하여는 하루에 100 mg 이상 고용량을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고용량을 복용할 경우 부작용(구갈, 어지러움, 저혈압, 정신혼돈, 심장독성 등)이 심하여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1990년 이전에 자살을 시도하기 위하여 가장 흔하게 사용하였던 약물 10개 중 3가지가 TCA였다. TCA 유지용량의 10배 이상을 한 번에 복용할 경우 치사율이 70%에 달하므로 자살할 때 자주 사용하였다.

다행히 1990년에 프로작(fluoxetine)을 시작으로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시판되면서 우울증의 치료 환경이 급변하였다. SSRI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수용체에 선택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소량만 투여하여도 좋은 항우울효과를 보이고, TCA에 비하여 부작용이 훨씬 더 적고, 과다 복용하여도 생명에 지장이 없어서 매우 안전하였다.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TCA의 처방이 급격히 감소하였고, SSRI 항우울제의 처방이 증가하였으며, 이는 우울증 치료율의 상승과 자살률의 감소로 이어졌다(Figure 1).

Figure 1. 1990년 이후로 SSRI 항우울제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각국의 자살자수가 감소하는 그래프. 항우울제 사용량과 자살자수 감소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음(r=-0.85).
한국 우울증 치료의 참담한 현실

2002년 3월에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신분과위원회의 2–3회 회의 후에 갑자기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산부인과, 일반의 등 비정신과 의사들은 안전한 SSRI, serotonin 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항우울제를 60일 이상 처방하지 못하게 하는, 의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고시를 발표하였다(Figure 2).

Figure 2. 비정신과 의사들의 SSRI 등 안전한 신 항우울제 처방을 60일로 제한하는 고시.

한국의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최악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의과대학에서 정신과를 주요과목으로 배우고 환자 실습까지 한 의사들의 항우울제 처방권을 강제로 박탈한 세계 의료계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더욱이 수많은 우울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1/20로 제한하는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규제였다. 세계에서 항우울제 처방을 제한하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 세계경제수준이 141위로 최하위이고 일인당 국민소득이 797달러인 르완다에서도 모든 의사가 SSRI 항우울제를 자유롭게 처방하고 있다.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환자에서 항우울제의 투여 기간은 6개월–1년 이상으로 장기간이다. 비정신과 의사들의 SSRI 항우울제 처방을 60일까지만 급여로 인정한다는 고시는 비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다음은 교과서, 논문,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임상진료지침에서 권고하는 항우울제의 적절한 투여기간들이다.

근거 1. 항우울제 투여 기간(신경정신의학 3rd edition, 2017년 2월, p 292-293)

급성기: 항우울제 약물의 용량, 변경으로 증상의 관해에 이르는 기간: 8–12주(2–3개월)

유지기: 우울증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는 6–9개월 이상 지속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총 투여기간: 9–12개월

우울증이 장기화, 과거 재발삽화,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2년의 유지 치료가 필요하다.

총 투여기간: 11개월–2년 3개월

항우울제를 일정기간 사용하다가 중단하는 경우, 특히 갑자기 중단할 때에 약 20%에서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우울증의 악화나 신체적인 불편감 등이다.

근거 2. 항우울제 투여 기간(WHO; Figure 3)

Figure 3. WHO는 우울증에서 회복한 후 9–12개월 이전에는 항우울제 복용을 중단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음.

우울증의 회복(급성기) 후에도 9–12개월 이내에 중단해서는 안 된다.

총 투여기간: 12–15개월 이상

근거 3. 항우울제 투여 기간(J Clin Psychiatry 1991; 52(suppl 5): 28-34

급성기: 6–12주(2–3개월)

지속기: 4–9개월

유지기: 1년 이상

총 투여기간: 1년 6개월–2년 이상

근거 4. 항우울제 투여기간(우울증 임상진료지침 2022년 2월, 대한의학회, 질병관리청)

급성기 치료 기간: 6–12주 소요됨.

급성기 치료 후 최소 6–12개월간 약물치료를 유지한다.

총 투여기간: 8개월–15개월

근거 5. 우울증 임상진료지침 p 57

기존 약물을 증량하거나 새로운 약물을 추가하여 관해에 도달하는 과정은 3개월 정도가 소요됨.

적절한 치료 반응을 보인 경우 초기 급성기 치료 후 최소 6–12개월간의 약물치료를 유지해야 함.

한국에서 SSRI 항우울제 60일 처방규제가 고시된 후 우울증 치료는 매우 참담한 상황에 처해 있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우울증이 심해도 근처에 있는 내과, 가정의학과, 일반의들은 SSRI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도시 지역에서도 전체 의사의 4%밖에 안 되는 정신과 의사의 진료를 받기가 힘들고,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은 문턱이 높아서 우울증 환자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방황하다가 우울증이 심해져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2014년 우울증의 치료 실태에 관한 조사는 그 심각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의 중등도, 심한, 매우 심한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율은 11.2%로 매우 낮았고, 매우 심한 우울증의 치료율도 7.6%로 극히 낮았다.

2021년 전반기의 전문과별 SSRI 항우울제 처방량 조사 결과는 한국에서 1차 의료의 우울증 치료가 전멸한 것을 보여준다(Figure 4). 외국에서 항우울제 처방을 가장 많이 하는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는 기타로 전체 사용량의 1%도 안 된다. 극도로 낮은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자살률 증가로 이어졌고, 한국의 자살률은 18년 동안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Figure 4. 전문과별 SSRI 항우울제 처방량. 한국 1차 의료의 우울증 치료가 전멸되었음을 보여줌.

Figure 5는 1990년 이후 대부분 나라들의 자살률이 감소한 반면 한국에서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0년–2011년 사이에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로 100% 증가하였다. 이에 놀란 OECD는 원인을 분석하였고, 두 가지를 자살률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하였다. 하나는 매우 낮은 우울증 치료율(항우울제 사용량 최저)이고, 둘째는 심리치료에 대한 건강보험지원이 없는 것이다(Figure 6).

Figure 5. 유럽, 일본의 자살률은 감소하고 있는 동안 한국의 자살률은 2배로 증가함.
Figure 6. OECD 10년간 자살률 분석(2000년–2011년) (자료원: OECD Health Statistics 2013).
SSRI 항우울제 처방규제의 완화를 위한 노력

한국의 SSRI 항우울제 처방규제 문제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2010년 3월 11일에 열린 서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였다(Figure 7). 당시 대한뇌졸중학회 김종성회장은 항우울제 처방의 차별, 제한 문제를 주제로 발표하였다. 이후 정신과 의사 70명은 김종성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정신과 비하 발언을 했다고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제소하였다. 물론 판결은 무죄로 나왔지만 1년여 재판 기간 동안 김종성 회장의 정신적인 고통은 매우 심했다. 당시 대한신경과학회는 SSRI 항우울제 처방규제 고시에 대하여 헌법소원도 고려하였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Figure 7. SSRI 항우울제 처방 규제 문제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논의된 국회 정책토론회.

대한신경과학회는 신경과 의사들에게 우울증을 교육하고, 신경계질환 환자들의 우울증 치료를 향상시키며, 중장기적으로 SSRI 항우울제 처방규제의 폐지를 위하여 2011년에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를 창립하였고 김종성 교수가 초대 회장, 홍승봉 교수가 부회장을 맡았다. 연구회는 매년 학술대회를 통하여 신경과 의사들에게 우울증의 병리기전, 진단, 치료에 대하여 교육하였으며 나중에 명칭이 대한우울행동신경학연구회로 변경되었다. 또한 대한신경과학회는 28개 대학병원 신경과 외래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울증 치료에 관한 환자들의 의견을 조사하였다. 총 1,156명에서 조사가 이루어졌고, 결과 93.4%의 환자들은 SSRI 항우울제를 처방 받기 위하여 정신과를 따로 방문하는 것에 반대하였다.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2011년 2월).

신경과 치료로 만족하는데 같은 약을 타러 정신과에 추가로 갈 필요가 없다(79%).

내 병은 주치의 선생님이 제일 잘 안다. 정신과 문제라 하더라도 나는 지금 선생님에게 약을 타고 싶다(66%).

정신과에 한 번 더 가려면 시간이 소모되고 번거롭다(63%).

두 과를 다니면 진료비가 비싸진다(58%).

나는 뇌질환 환자이지만 ‘정신과’ 환자라 생각하지는 않는다(54%).

신체적으로 불편해서 정신과에 또 가기 힘들다(45%).

가족이 병원에 데려다 줘야 하는데 가족에게 폐가 된다(43%).

홍승봉 교수는 2007년에 미국의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전문가 Dr. Perlis를 초청하여서 3일간의 workshop을 열었고, 이어서 의사, 간호사, 심리사 3명을 미국으로 2주간 연수를 보냈다. 그 후 한국에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활성화하였다. 또한 2012년에는 독일의 우울증 치료 전문가인 심리학자 겸 임상심리사인 Antje Büttner-Teleagă 박사를 초빙하여서 우울증 인지행동치료 workshop을 시행하였고, 우울증 인지행동치료 프로토콜을 확립하였다. 그 후 매년 불면증과 우울증의 인지행동치료 교육 course를 개최하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신경과는 비정신과로는 유일하게 불면증, 우울증 인지행동치료를 급여로 처방 및 시행할 수가 있게 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그동안 대한신경과학회에서 시행한 우울증과 인지행동치료 교육 과정과 인지행동치료 실행 프로토콜을 리뷰한 후에 신경과 전문의를 인지행동치료의 인력기준에 포함시켰다.

2013년 4월에 한국을 방문한 OECD의 정신건강 자문관인 수잔 오코너 박사(영국 정신과 의사)는 한국의 자살률 감소 방안(SSRI와 일차 의료 활성화)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그녀는 한국의 SSRI 항우울제의 급여제한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였고, “SSRI계 항우울제 처방을 60일로 제한하는 것은 항생제 처방을 막는 것과 같다.”라고 밝혔다. 또한 영국에서는 모든 의사가 2년 동안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있고, 한국의 자살률을 감소시키려면 비정신과 의사들에게도 개방하여서 SSRI 항우울제 처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오코너 박사의 강한 SSRI 항우울제 처방규제의 폐지 요청에도 정부는 반응하지 않았다. 당시 오코너 박사의 권고를 받아드려서 항우울제 처방규제를 폐지하였다면 적어도 8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16년 8월에 심상정 의원과 박인숙 의원은 4대 신경계질환(치매, 뇌졸중, 뇌전증, 파킨슨병) 환자들에 동반되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주최하였다. 토론회에는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보건복지부, 홍콩 정신과 교수, 일본 정신과 교수, 연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하여서 SSRI 항우울제 처방규제의 찬반에 대하여 강렬한 토론을 하였다. 당시 홍콩과 일본의 정신과 교수들은 SSRI 항우울제 처방규제의 폐지에 찬성하는 발언을 하였다.

박인숙 의원은 항우울제 처방규제는 국정조사를 받아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였고, 심상정 의원은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에게 4대 신경계질환의 항우울제 처방규제 폐지를 진행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질책하였다. 국회 정책토론회 후 보건복지부, 신경과, 정신과 협의체가 몇 차례 회의를 하였고, 2017년 1월 1일에 드디어 4대 신경계질환 환자들에게 SSRI 항우울제 처방규제가 15년 만에 폐지되었다. 그 후 이 문제는 다른 전문과들이 SSRI 항우울제 처방 규제의 폐지를 위하여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서 수면 아래 있었다.

2021년 9월경에 홍승봉 교수, 유준현 교수, 김한수 원장 등은 SSRI 항우울제 처방규체의 완화를 논의하기 위하여 당시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을 방문하였다.

그 후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최연숙 의원의 SSRI 항우울제 관련한 질의와 홍승봉 교수의 증인 답변이 이루어졌고, 최 의원은 SSRI 항우울제 처방규제의 완화에 관하여 논의하고 한 달 안에 결과를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요구하였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SSRI 처방규제를 완화하여서 1차 의료에서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요청하였고, 장관은 관련 학회들과 상의하여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국정감사 후 건강보험심평가원의 이진수 평가위원장은 매주 3차례 내부전문가회의를 열었고, 드디어 2021년 11월 8일에 비정신과 의사들도 SSRI 항우울제를 60일 간격으로 반복 처방이 가능하도록 하는 고시에 대한 Q&A 합의안을 도출하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에서 승인을 유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우울증 치료 향상과 자살률 감소를 위하여 신경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노인의학회,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은 2022년 4월 28일에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를 창립하였다. 초대 회장으로 홍승봉 교수를 선출하였고, 부회장으로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 산부인과 김재유 원장, 노인의학회 김한수 원장, 마취통증의학과 의사회 박한수 원장, 신경과 신동진 교수를 임명하였다.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는 5월 29일에 국내 처음으로 전체 의사들을 대상으로 우울증 진단과 치료에 관한 교육 심포지엄을 열었으며, 1,000명 이상의 21개 전문과 의사들이 참석하였다. 또한 학회는 6월에 우울증-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국내 처음으로 의사들에게 배포하였다. 하지만 “SSRI 항우울제 60일 간격으로 반복 처방할 수 있다.”는 Q&A 합의안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서 아직도 SSRI 처방규제 폐지 노력은 진행 중이다. 올해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서 한국의 모든 국민들이 쉽고 편하게 우울증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길 간절하게 바란다. 동시에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비정신과 학회, 의사회들은 전 국민의 우울증 치료 및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각 학회 회원들에게 독려하고 홍보하여야 한다. 10만 의사들이 합심하여 노력하면 한국의 OECD 1위 자살률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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